[김순덕 칼럼]끝나지 않는 역사전쟁… 내년 광복절이 더 걱정이다
1935년생인 유종호 전 연세대 교수는 1945년 8월 16일 거리 여기저기에서 흰 바지저고리 차림의 아저씨들이 떼 지어 “좋다! 좋아!” 하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행진하는 것을 보았다고 ‘나의 해방 전후’(2004년)에 썼다. 충주남산초등학교 5학년 때다. 그 날 운동장 조회에서 교장이 전쟁 끝났으니 이제 방공호 파기 같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기억은 분명한데 일본 말이었는지 우리말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다음 날은 대오를 지어 교사들이 준비한 종이 태극기를 흔들며 우리말로 만세를 불렀다. 동네 사람들도 거리를 행진하며 만세를 불렀는데 일본 말로 만세 부르다 처음 우리말로 불러보니 낯선 진정성 같은 것이 느껴지더라고 했다. 기억은 선택적으로 선명하다. 개인의 기억뿐 아니라 국가의 기억도 그렇다. 보통 사람은 각자에게 닿는 의미에 따라 기억하거나 잊어버리지만 국가의 집단기억은 다르다. 권력 의지에 따라 역사가 선별돼 민족 정체성을 굳히고 특정 감정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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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