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공원에서 사카모토 류이치를 떠올리다[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오늘 오후 서울에는 눈이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을 낼수 있다면 선유도 공원에 가 보는 것을 추천드리며 이 글을 씁니다.희미한 어둠 속에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흑백의 건반을 비추는 동그란 조명이 보름달 같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세상으로 가기 전,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란 자서전을 남겼던 걸까.지난달 국내 개봉한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세계적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가 암 투병 중이던 2022년 9월에 촬영됐다(일찍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왔기에 그의 이름은 영어식으로 ‘류이치 사카모토’로 통하고 있다). 세상과 작별을 예감한 사카모토는 평생 만들어왔던 음악 중 20곡을 일주일의 촬영 동안 연주했다. 그 숭고한 모습을 아들 네오 소라 감독이 담았다. 사카모토가 그랜드 피아노 위에 펼치고 연주하는 순백(純白)의 악보를 보다가 어느 겨울 정원의 풍경이 떠올랐다. 눈 오는 날의 선유도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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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