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만 중증 정신질환자… 병원 나오면 ‘치료절벽’
올해 78세인 이진숙(가명) 씨는 지나온 세월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 같다고 생각한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죽으려야 죽을 수도 없었던 시간들. 20여 년 전, 딸(41)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그때부터 고통은 시작됐다. 서른일곱에 얻은 외동딸이었다. 평범했던 딸은 고3 무렵부터 조금씩 변했다. 부쩍 말수가 없어지더니, 수능 날에는 화장실에 들어가 나오질 않아 겨우 달래 시험장에 보냈다. 밥도 먹지 않아 입맛을 돋울 만한 온갖 음식을 먹여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키가 160cm 조금 안 되는 딸은 그 무렵 몸무게가 33kg이었다. 딸은 더 이상 이 씨가 알던 아이가 아니었다. 딸은 소파, 옷장, 침대를 내다 버리라고 했다. 장판부터 벽시계, 액자, 화장실 환풍구까지 뜯어 버리려 했다. 이 모든 게 중증 정신질환 발병 전 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건 나중에서야 알았다. 딸이 스무 살이 된 해,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입원시키고 퇴원하는 날. 이 씨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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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