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어주는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98〉
오래전에 냇물을 업어 건네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한다 / 물가를 서성이다 냇물 앞에서 난감해하는 이에게 넓은 등을 내주는 /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중략) 병든 사람을 집에까지 업어다주고 그날 받은 삯을 / 모두 내려놓고 온 적도 있다고 한다 / 세상 끝까지 업어다주고 싶은 사람도 한 번은 만났다고 한다 일생 남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버티고 살아서 / 일생 남의 몸으로 자신의 몸을 버티고 살아서 그가 죽었을 때, 한동안 그의 몸에 깃든 / 다른 이들의 체온과 맥박을 진정시키느라 사람들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덕규 시인(1961∼ )이 시에 나오는 직업에는 이름이 없다. 농부, 어부처럼 ‘부’ 자로 끝나는 이름도 아니고 의사, 검사처럼 ‘사’ 자로 끝나는 이름도 아니다. 시인은 남을 업어 냇물을 건네주는 일을 ‘직업’이라고 표현하지만 잘 믿기지 않는다. 그런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니. 돈을 바라고 하는 일도 아니라니. 20년 경력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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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