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관 칼럼]기시다의 침묵, 그래도 진 게임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로 나온 조언의 핵심은 한마디로 “천천히 서둘러라”였다.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으로 잘 알려진 이 말엔 신중함, 냉철함, 치밀함 등의 의미가 깔려 있다. 정치인이 아닌 정통 외교관 출신들이 이 말을 자주 썼다. 한일 관계는 살짝 건드려도 터질 수 있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이니 섣부르게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한일 관계는 늘 미묘한 정치 문제였다. 지난 10여 년, 특히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한일 관계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다. 국내 여론도 문제지만, 역사의 가해자인 일본 측 사정도 녹록지 않긴 매한가지였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문 정부 때 내팽개쳐진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외상이었다. 그로선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섣불리 발을 담갔다가 제2의 위안부 상황이 재연될 경우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민당의 ‘오너’도 아닌 그는 최대 계파인 아베파 등 강경 보수 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도 했다. 4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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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