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가 절대고독에서 피어낸 얼음꽃 [전승훈의 아트로드]
눈 덮인 겨울숲으로 가자.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송곳같은 칼바람에도 꼿꼿이 서서 버텨내는 겨울나무에는 눈꽃, 얼음꽃, 서리꽃이 피어난다. 상고대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하늘은 바다처럼 푸르다. 나뭇가지에 맺힌 얼음꽃은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탈 보석이다. 강원도의 높은 산에서 ‘살아천년, 죽어천년’을 산다는 주목(朱木)과 하얀 눈밭에서 눈처럼 시린 은세계를 펼쳐내는 자작나무까지. 겨울산을 지키는 나무에게서 진정한 고독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발왕산 천년주목숲길고산지대의 능선에는 다른 큰 나무를 볼 수 없다. 붉은색 줄기에 푸른 잎을 가진 주목만 드문드문 서 있을 뿐이다. 주목은 우리나라에서 태백산,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자생한다. 한민족의 끈기와 인내를 상징하는 주목은 오래 살고 죽어도 잘 썩지 않는다. 말그대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사는 나무다. 주목은 왜 그렇게 높고 추운 산에서 더 잘 살아가는 것일까. 주목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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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