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대와 물감과의 전쟁”… 87세 노화가의 끝나지 않은 실험
결핍은 생각지 못한 돌파구를 만든다. 국내 1세대 단색화가 하종현(87) 역시 그랬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홍익대 재학 시절부터 캔버스는 그에겐 버거운 재료였다. 비싼 캔버스를 대신할 것을 찾던 그는 남대문시장에서 천을 사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 나름의 대안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건 쌀 포대로 쓰던 마대였다. 그는 마대 뒷면에 물감을 칠해봤다. 올이 촘촘하지 못하다 보니 물감이 앞으로 밀려 나왔다. 앞면에서 본 물감의 흔적은 마치 또 하나의 그림 같았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배압법’. 1974년부터 하종현이 본격적으로 사용한 이 기법은 “엉뚱한 짓을 많이 했다”고 자평하던 그의 일생의 결실이 됐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하종현 개인전에서는 배압법과 같은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 펼쳐진 작품 39점은 모두 전형적인 회화 기법으로 그리지 않았다. 작품 곳곳에선 노화백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배압법으로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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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