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년 전 신들의 이야기가 일깨우는 한국 사회 불공정[조대호 신화의 땅에서 만난 그리스 사상]
《 세상은 맨 처음 어떻게 생겨났을까? 모든 문명권에는 저마다 세상의 시작에 대한 신화가 있다. 그리스 문명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기원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신화적 상상은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계보)에 담겼다. 기원전 700년 무렵에 지어진 이 서사시는 세상이 카오스에서 시작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천지개벽에 얽힌 신들의 이야기는 현재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계보’에서 깨어진 거울 속 자화상 같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헤시오도스는 가난한 이주민의 아들이었다. 땅 한 뙈기 부칠 곳 없는 궁벽한 산골의 가난뱅이가 할 만한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산기슭에서 양과 염소 떼를 돌보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그렇게 하늘과 바람과 별을 벗 삼아 단조로운 날들을 보내던 목동의 삶에 뜻밖의 반전(反轉)이 찾아왔다. 산중의 어느 날 밤, 뮤즈 여신들이 그에게 나타난 것이다. 여신들은 신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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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