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 갑오징어 구이 반건조 생선맛의 신세계[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저녁놀이 질 무렵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에서 생선구이 냄새가 났다. 이웃집의 저녁 밥상에는 생선구이가 올라갈 것이다. 혼자 집에 들어가 생선을 구워 먹는 것은 혼자 영화를 보는 일만큼이나 내키지 않는다. 문득 생각난 곳이 있어 급히 발길을 돌려 서울 중구 황학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사람 냄새가 나는 중앙시장이 있다. 시장으로 들어가면 칼국수, 찹쌀도넛, 떡집을 지나 반건 생선을 맛있게 구워 주는 종합해물집 ‘옥경이네 건생선’이 있다. 식당 간판에 자신의 이름을 건 주인은 전남 목포 출신인데 고향의 가족이 어업에 종사한다. 가족이 잡아 올린 생선을 해풍에 건조시켜 서울로 올려 보내면 사장은 손님의 취향에 맞게 구이, 찜, 조림, 탕으로 맛있게 조리해 내어준다. 이곳에는 언제 가도 제철이 아닌 생선이 없다. 맛있는 계절에 생선을 잡아 반건으로 저장해 두기 때문이다. 메뉴판 자체가 종합수산시장 같다. 민어, 병어, 서대, 장대, 간재미, 아귀, 대구, 갑오징어, 박대, 금풍생이…. 종류만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