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해녀의 삶이 담긴 보말죽, 상처 보듬어준 한 입[김재희 기자의 씨네맛]
단 한 줄의 설명만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빛나는 순간’도 그렇다. ‘70세 제주 해녀 진옥과 30대 PD 경훈의 사랑 이야기.’ 이 한 줄의 문장이 시선을 사로잡는 건 듣는 순간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모성애가 아니라 멜로라고?’ ‘둘은 어쩌다 사랑에 빠질까?’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의 삶을 담기 위해 경훈(지현우)은 제주를 찾고, 오랜 거절 끝에 진옥이 다큐를 찍기로 하면서 둘이 사랑하게 된다는 설명이 질문에 대한 답이지만 이는 ‘위로’라는 한 단어로도 갈음된다. 둘의 사랑은 위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이를 진심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이라면 모든 걸 초월한 사랑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둘의 사랑을 포착한 소재는 제주 음식 보말죽이다. 제주에서는 바다고둥을 보말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보말죽은 두 번 나온다. 첫 번째는 진옥이 산송장처럼 누워 눈만 껌뻑이는 남편에게 보말죽을 먹여 줄 때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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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