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일 되풀이도, 탐욕에 희생되는 것도, 나와 같으니 서글프구나”
한시는 개개의 사물을 노래하며 대상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그중 벌은 나비와 달리 한시에서 자주 읊은 대상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이행(李荇·1478∼1534)은 ‘꿀벌의 노래(蜜蜂歌)’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마지막 구절은 굶주린 벌을 항아리에 거두어 기른 승려에게 벌이 보답으로 항아리 가득 꿀을 쳐 놓고 떠나간 일을 가리킨다. 시인은 벌에 대한 양면적 의식을 담았다. 하나는 여왕벌을 향한 일벌의 충성심에 대한 경탄이고, 다른 하나는 열심히 꿀을 모았지만 인간의 탐욕에 희생당하는 벌에 대한 동정심이다. 당나라 시인 나은(羅隱)이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수탈당하는 벌의 이미지에 주목한 바 있다.(‘蜂’) 이 시를 쓸 당시 이행은 생모인 폐비 윤씨를 복권시키려는 연산군에게 반대한 죄로 유배 중이었다. 거제도에서 관노가 돼 양을 치며 살았는데,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전통사회에서 벌은 긍정적인 이미지만 있던 건 아니다. ‘시경’에선 소인의 상징으로 쓰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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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