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의 조건[내가 만난 名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다른 모습이다.”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중 가정폭력 전담 검사의 주된 업무는 사건 당사자들과 직접 면담하는 것이다. 폭력이 일어나게 된 경위, 지금의 심정, 부부의 경우 혼인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도 물어본다. 그 면담은 자연스레 부부 상담, 가족 상담이 되어버리곤 한다. 상습 폭력범에 의한 일부 사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가정폭력 사건은 보통 사람들이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이다. 서로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다 실랑이를 한다거나 분에 못 이겨 벽을 주먹으로 쾅 친다거나…. “많이 힘드셨죠.” 생전 처음 받아본 조사에 잔뜩 겁먹고 있던 사람들은 곪은 상처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그간 쌓여온 아픔을 왈칵 토해낸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보육 스트레스와 경제적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8개월 쌍둥이 보느라 밖에 못 나가요.” 부부 상담을 받아보라는 권유에 어린 새댁이 지친 목소리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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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