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존엄을 지킨다는 것[움직이는 미술]
모든 인간은 늙는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제는 그 보편적 경험의 무게와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한 배우들에 주목했다.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에서 선보인 할머니 연기로 만 73세에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윤여정보다 열 살 더 많은 배우 앤서니 홉킨스에게 돌아갔다. 1937년 태어난 홉킨스는 플로리안 젤러 감독 영화 ‘더 파더’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앤서니’를 연기했다. 극중 앤서니는 이름뿐 아니라 생일까지 홉킨스와 같다. 감독이 그를 캐스팅하기로 마음먹고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이다. 극중 앤서니는 영국 런던 고급 주택가에서 홀로 노년을 보낸다. 수많은 책과 그림으로 둘러싸인 거실, 부엌일을 할 때조차 오페라 아리아를 틀어 놓는 그의 취향은 이 남자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그는 분명 자신의 교양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고, 남은 삶 또한 지금까지처럼 품위 있게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믿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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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