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 피어난 영원의 세계[이은화의 미술시간]〈120〉
머리가 벗어진 백발노인이 불 옆에 앉아 흐느끼고 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푹 숙인 얼굴을 가린 두 주먹 사이로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푸른색 작업복과 낡은 구두는 그가 짊어진 고단한 삶의 무게를 대변하는 듯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죽기 석 달 전에 완성한 유화다. 당시 프랑스 남부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고흐는 그의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잦은 발작과 정신착란으로 의식을 자주 잃었고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 무렵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일이 전혀 풀리질 않는구나. 내가 얼마나 많은 슬픔과 불행을 더 겪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아픈 동안에도 기억을 더듬어 작은 그림을 몇 점 그렸다.” 고흐는 몸과 마음 상태가 바닥을 치는 와중에도 붓은 놓지 않았던 것이다. 병원 안에서는 자연을 마음껏 관찰할 수도, 모델을 구할 수도 없었던 그는 과거 그림들을 토대로 작업했다. 이 그림 역시 1882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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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