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보쌈 파는 흔한 주점에 흔치 않은 술 빚는 소리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곧잘 하는 일이 있다. 큰 냄비에 대추 한 주먹과 물을 가득 넣고 꺼질 듯 말듯 약한 불에서 뭉근히 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청소를 하든 책을 읽든 다른 일에 몰두한다. 1시간이 지나면 대추의 단내가 집 안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몇 시간 걸리는 대추차를 끓이다 보면 차를 얻는 것보다 마치 느긋해지는 시간을 버는 것 같다. 대추차를 닮은 사업가 김태영 대표를 만난 건 10여 년 전이었다. 그는 당시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수불’이라는 식당을 하는 3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이었다. 처음엔 목 좋은 곳에 그럴듯한 식당을 쉽게 차린, 형편 좋은 젊은이로 여겼다. 부침이 많은 서울 요지의 상권에서 얼마나 버틸까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것은 참 다행스러운 기우였다. 수불은 탄탄히 자리 잡았고, 여러 곳에 점포를 확장했다. 매일 매장을 부지런히 누비며 전통주, 와인, 맥주 등 어느 술에나 잘 어울리는 수불의 한식을 열심히 알리던 젊은 사장의 열정은 뭉근히 끓인 대추차의 향처럼 고객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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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