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강릉서 만난 수준 높은 숙성회 코스
우리나라 횟집은 천편일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내륙에 있건 바닷가에 있건 가릴 것 없이 식당 외관과 내관, 영업 방식, 음식 구성이 오십보백보라는 말입니다. 식당 입구에는 산소발생기가 달린 커다란 수조가 있고 그 안엔 불안한 눈빛의 활어들이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입만 뻥긋거리고 있는데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사람에겐 인권, 동물에겐 동물권이 있다지만 생선은 동물이 아닌 모양이지요? 손님을 맞는 상의 비닐 식탁보부터 저를 슬프게 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소위 ‘쓰키다시(곁들이찬)’의 향연이 시작되지요. 워낙 종류도 많고 양도 많아서 정작 주인공인 회 접시 놓일 자리가 없어 아직 손도 못 댄 안주들이 퇴출되기도 합니다. 생선회보다 더 많이 깔린 무채나 천사채가 또 한 번 우리를 슬프게 하죠. 우리나라는 숙성회를 잘 믿지 못하고, 씹는 질감을 중요시하는 성향 때문에 활어회 중심으로 많이 먹습니다. 소설가 한창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활어회는 의심 많은 우리나라 사람이 만들었고 주인을 믿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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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