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이 낳은 명작[이은화의 미술시간]〈108〉
비극 앞에서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게르니카’는 이 질문에 대한 파블로 피카소의 답일지도 모른다. 입체파의 선구자로 여인들의 누드화만 그리던 피카소는 이 그림 한 점으로 반전(反戰)을 그린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됐다. 무엇이 그를 반전의 화가로 이끌었을까? 1937년 1월 스페인 정부는 당시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던 피카소에게 그해 파리 만국박람회 스페인관을 장식할 벽화를 의뢰했다. 처음에 화가는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했다. 초기 스케치에는 그의 작업실에서 소파에 기댄 누드모델과 함께 있는 화가 자신을 그렸다. 그가 평생 그려 왔던 가장 익숙한 주제였다. 얼마 후 그의 조국에서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다.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4월 26일, 나치가 스페인 북부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를 폭격해 17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의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아이였다. 조국의 비보에 분노한 피카소는 곧장 화실로 가서 붓을 들었다. 주제는 반전으로 바꿨다. 가로 8m 가까이 되는 대작을 3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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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