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를 이긴 푸들[이은화의 미술시간]〈99〉
한 무리의 견공이 책상이 있는 실내에 모여 있다. 붉은색 안락의자에 앉은 하얀 푸들은 다양한 종류의 개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앞에 펼쳐진 책 위에 한 발을 올려놓은 채 먼 데를 바라보는 푸들의 눈빛은 마치 깊은 상념에 빠진 사람을 연상케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에드윈 랜지어는 열세 살 때 영국 왕립아카데미에 전시를 할 정도로 미술신동이었다. 24세에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고 5년 후 그곳 교수가 됐다. 24세에 준회원을 거쳐 32세에 교수가 된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보다 이른 성공이었다. 그런데 이 동물화는 풍경화가로서 당시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터너에게 치욕을 안겨줬다. 1840년 왕립아카데미 전시회에는 1200점이 넘는 작품들이 출품됐지만 당시 65세 거장 터너와 38세의 젊은 화가 랜지어의 그림에 이목이 쏠렸다. 그림을 본 평론가들의 반응은 180도로 엇갈렸다. 터너의 출품작 넉 점에는 ‘노예선’도 포함됐는데,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돈 때문에 배에서 내던져지는 노예들을 묘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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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