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왕진 의사[횡설수설/이진구]
“수유리 어딘가에 버스를 내려 외풍이 싸늘한 추운 방에서 쇠약해진 환자를 보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으나… 의사를 보는 것만도 그에게는 위안이 됐을 것이다.”(유석희 중앙대 의대 명예교수의 회상) ▷의료 시스템이 부족하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두툼한 가방을 들고 골목을 오가던 왕진 의사는 흔한 풍경이었다. 모든 게 열악할 때라 청진기, 체온계, 응급약과 주사기가 전부였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왕진 거부로 환자에게 피해를 준 의사에 대해 ‘의도(醫道)를 망각했다’는 기사까지 나던 시절이었다. 왕진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취해서 왕진을 못 간 의사 남편 대신 아내가 가서 주사를 놓다가 경찰에 걸린 일도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어제부터 ‘왕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왕진은 수가에 진료시간과 교통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데다, 의료 서비스가 확충되면서 점차 줄어 일부에서만 제공했는데 고령화시대가 되면서 다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중증 거동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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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