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의 슈퍼파워, 염치(廉恥)[이승재의 무비홀릭]
※지난 칼럼에서 이어집니다. 이 글엔 ‘겨울왕국2’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럼 ‘겨울왕국2’의 엘사는 기존 슈퍼히어로물의 영웅과 뭐가 다르냐고요? 엘사는 자신의 고유한 여성성을 슈퍼파워로 승화시킨다는 점이 절묘합니다. 엘사가 갖는 힘의 근원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이 아닌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에 있단 얘기죠. 저는 엘사처럼 남 탓을 안 하는 영웅은 난생처음 봅니다. 조석으로 4만 원짜리 비타민 주사를 맞는지 피부도 백옥 같은 엘사는, 콧대 높아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속 터질 만큼 제 탓만 합니다. 손에 닿는 모든 대상을 얼려버리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라면 통상 ‘아, 나 스스로가 너무 멋져. 초능력을 발휘해 아렌델 왕국을 적으로부터 보호하고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태평성대를 이뤄야지!’ 하고 결심할 터인데, 엘사는 마법의 세계인 아토할란으로 훌쩍 떠나버립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힘을 축복보다는 저주로 여긴단 말이죠. 자신의 특별한 능력이 도리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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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