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이은화의 미술시간]〈87〉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하늘을 날다 추락해 죽은 비운의 주인공이다. 발명가인 아버지와 함께 미궁에 갇혔다가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 덕에 탈출한다. 하지만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에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날다 밀랍이 녹아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비극적이면서도 교훈적인 이카로스 이야기는 많은 화가들에게 인기 있는 그림의 주제였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도 이카로스 이야기를 화폭에 담았다. 그는 성서나 속담, 신화가 주는 교훈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 그런데 그의 그림에서는 아무리 찾아봐도 이카로스가 보이지 않는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 같은 그림 속에는 밭에서 쟁기질하는 농부와 양 떼를 이끄는 목동, 그리고 낚시꾼이 등장한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있는 낚시꾼 머리 위쪽으론 커다란 범선이 바다에 떠 있다. 이카로스는 바로 이 남자와 범선 사이에 있다.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몸은 물 아래로 곤두박질쳐 보이지 않고 두 다리만 물 밖으로 나와 버둥거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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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