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잔뜩 화가 나 있을까?[시론/구정우]

전남편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고유정과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 장대호는 공통점이 있다. 살인을 범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한 잔혹성도 그렇지만, 자신들의 패륜 행위를 뻔뻔하게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유정은 성폭행을 피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논리를 폈고, 장대호는 반말에 화가 나 모멸감으로 그랬노라고 고개를 쳐들었다. 어떤 이유라도 폭력과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고, 반인륜적 행위에 면죄부를 안길 수 없다. 그런데 참 인면수심이다. 사체 손괴로 인륜을 배반한 자들이 ‘정당한 이유’를 들먹인다. 과도한 성욕과 가정폭력에 노출돼 심신 미약에 빠져서, 또 존재 가치를 부정당해서 칼과 망치를 휘둘렀다 한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살인을 부채질했다는 거다. 왜 참회는커녕 분노와 울분을 삭이지 못하는 걸까? 왜 이들은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고 있나? 분노조절 장애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마음속 화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해 범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누구나 분노하고 모욕감을 느끼지만 감정을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