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의 밀리터리 포스]김 대위, 진급에 목매지 않게 하기
1990년대 초 필자가 근무한 부대의 일부 간부들은 고약한 성미로 악명이 높았다. 병사들은 그들과 당직근무라도 서는 날이면 무슨 꼬투리를 잡혀 험한 꼴을 당할지 몰라 노심초사했다. 한 번은 상황실 당직 장교였던 A 대위가 점심 때 한 병사가 건넨 식판을 군홧발로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 반찬 칸의 김칫국이 라면에 섞이는 ‘불경’을 범했다는 이유였다. 주둔지 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식판을 들고 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병사의 해명에도 그는 ‘건방지다’, ‘군기가 빠졌다’며 호된 기합을 줬다. B 소령은 한술 더 떴다. 그는 걸핏하면 병사들을 사무실로 불러서 보고서 미흡이나 근무태도 불량을 빌미로 폭언과 함께 머리를 벽에 쿵 소리가 나도록 찧게 했다. 피해 병사들은 신체적 아픔보다 수치심과 모욕감에 분개했지만 ‘군대는 계급이 깡패’라고 푸념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최근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지인의 아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서 “요즘은 어떠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아직도 구태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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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