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무딘 경계가 더 큰 세상을 만든다
휴가를 떠날 때면 새로 산 한 권의 책을 챙긴다. 베스트셀러인지, 장르가 무엇인지, 작가가 누구인지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 눈길 가는 대로, 손길 가는 대로 한 권을 골라 그대로 가방에 담아 비행기를 타곤 한다. 국경의 도서관도 그렇게 손에 쥐여져 있었다. 책을 펴자 처음으로 등장한 인물이 누군가의 여행을 대신해주는 1인칭 화자 ‘나’였다. 누군가의 여행을 대신해준다니. 상상해 본 적 없는 직업이다. 꽤 부러운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꽤 장황하게 설명한다.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지만 여행 경험이 없다고 고백하면 인생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사람들, ‘여행 중’이라는 팻말을 걸고 한동안 잠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들이 ‘나’의 고객이다. 소설 속에서 ‘나’는 스토리가 필요한 영화감독의 의뢰로 대리 여행을 떠난다. 영화 제목 ‘바나나리브즈’를 염두에 두고 여행에서 떠오른 몇 개의 단어를 전해주면 되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