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갈수록 사라지는 ‘빈곤 탈출의 사다리’
“월 120만 원도 못 벌면서 2만 원짜리 치킨을 사 먹네.” 최근 청년 빈곤 문제를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이런 종류의 힐난이 가득했다. 잔업을 마치고 자정 넘어 퇴근한 기사의 주인공이 장을 볼 시간도, 요리할 여력도 없어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누리꾼들은 왜 주인공이 그 시간까지 일하면서도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버는지에 분노하기보다는 야식비로 ‘거액’을 지출하는 것을 비난했다. 이 책에도 비슷한 일화가 나온다. 저소득층 아파트 주민들이 배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정부가 지원하는 하루 7000원의 점심값으로 주변 식당을 이용하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여기엔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 상당수 빈곤층 가정은 엄마가 가출했거나 일을 나가야 해 아이들의 밥을 차려줄 수 없기 때문에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것이다. 정부의 쿠폰은 동네 영세 식당의 주요 수입원이 돼 일석이조의 효과도 낸다. 빈곤의 현장은 깊이 들어갈수록 예상치 못했던 풍경과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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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