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85>가장 뜨겁고 가장 포항답게
1991년 강원 삼척시 삼화제철 터에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그곳엔 선철(銑鐵) 생산을 위해 1943년 설치한 고로(용광로)가 8기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북한 제외)에 남아 있는 고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짓는다는 명목으로 고로 7기를 철거해 버렸다. 역사의 흔적보다 개발이 더 중요한 시대였다. 막상 없애고 나니 반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 남은 고로라도 잘 보존해야 하는데….” 1992년엔 문화재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고로를 눈여겨보았고, 1993년 고로를 매입해 보존하기로 했다. 일제는 군비 확장과 대륙 침략이 한창이던 1930년대부터 한반도에 제철소를 짓기 시작했다. 1943년 일본 고레가와 제철은 삼척에 소형 고로 8개를 갖춘 공장을 세웠다. 광복 후 고레가와 제철은 삼화제철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전력, 원료, 기술자가 모두 부족해 고로를 제대로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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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