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결심했다, 용서하기로
용서의 가치는 계속해서 의심받아왔다.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강권되는 용서에 문제를 제기하는 예술작품도 드물지 않다. 누가 누구를, 왜, 어떻게 용서해야 하며 그것은 무슨 실제로 소용이 있을 것인가. 용서란 섣부른 도피나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맹목적 집착 아닌가. 용서에 대한 이런 광범위한 반감의 시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이 책에 더 눈길이 간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인생의 비극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의 실화를 담았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던 어느 날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비극이 찾아온다. 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다, 혹은 여느 때처럼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다가 아들이, 엄마가, 딸이, 살해됐다는 걸 알게 된다. 믿기지 않는다. 모든 게 비현실적이다. 사건 이후의 모든 것은 예전과 다르다. 피해자 가족들은 극심한 혼란과 고통 속에 빠진다.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지만 상처는 극복되지 않는다. 분노, 절망, 불안, 자기학대가 되풀이된다. 이들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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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