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77>해운대 송정역과 동해남부선의 추억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 넘어 기장역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뽀얀 백사장과 함께 자그마한 역 하나가 나온다. 동해남부선의 간이역, 옛 송정역. 바닷가 간이역은 단출하고 경쾌하다. 송정역도 그렇다. 간이역 건물은 대개 삼각 모양의 박공지붕을 하고 그 아래 중앙에 출입문을 배치한다. 그런데 송정역 건물(1941년 건축)은 출입문을 박공의 중심선에 맞추지 않고 왼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했다. 박공과 출입문 캐노피 사이에 세 쪽의 작은 창이 있는데 이 또한 왼쪽으로 치우치게 했다. 일탈이고 파격이다. 이를 두고 어느 건축가는 “사람으로 치면 입 한쪽을 씩 올리며 반갑게 웃는 형상이다. 숫제 윙크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참 기분 좋은 비유다. 바닷가를 찾는 이들은 무언가 채우고 싶은 빈틈을 하나씩 갖고 있다. 그 마음 상태에 어울리는 바닷가 간이역의 디자인이다. 철길 옆에 있는 노천대합실(1967년 건축)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천장의 삼각 트러스와 기둥 윗부분의 장식이 특히 매력적이다. 아르누보 스타일 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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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