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옥수수
이맘때면 의욕도 식욕도 떨어진다. 그러다가 갓 쪄낸 옥수수 하나를 무심코 입에 대보았을 것이다. 옥수수를 먹지 않던 내가. 탱글탱글한 알들이 짭짤한 맛 고소한 맛을 내며 입속에서 톡톡 터졌다. 이런 게 바로 ‘여름의 맛’이구나! 그 후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찐 옥수수로 냉동실을 꽉 채워 놓게 되었다. 겨우 이삼 년 전부터. 내가 사는 지역구에 D고등학교가 있다. 그 학교 텃밭에 옥수수가 자라고 있을 줄은 몰랐다.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과 거의 15년 만에 연락이 닿았다.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십대 중반에 대학입시를 준비하기 전에 그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힘든 길이겠지만 원하는 것을 하며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답장을 받았고 그 편지가 보잘것없다고 느낀 나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어느새 정년을 앞둔 선생님이 D고등학교에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무덥고 습한 오후에 학교로 갔다. 이야기를 나누던 교무실에서 나와 선생님은 학교 정원과 텃밭을 보여주었다. 방울토마토, 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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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