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칼럼]지식인인가, 난적인가?
장면 하나를 소개하자. 퇴임 후 사저에서의 노무현 전 대통령, 두꺼운 논문집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정치 발전에 관한 학술회의 자료라는데….” 그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하는 말. “대통령까지 했으니 우리 정치에 대한 고민이 좀 많겠어요? 뭐가 있을까 해서 읽었는데 질문도 답도 없어요. 두껍긴 이렇게 두꺼운데….” 이어 던지는 질문. “내가 잘못된 겁니까, 아니면 학문이란 게 원래 이런 겁니까?” 낮은 적실성(relevance)의 문제, 즉 학문이다 뭐다 해 봐야, 또 학자니 지식인이니 해 봐야 세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었다. 부끄러웠다. 명색이 공부를 직업으로 해 왔던 사람이라. 장면 하나를 더 소개하자. 선배 학자 한 분과 마주한 점심 자리, 그가 앙드레 지드의 이야기를 되새겨 주었다. 공산주의자였던 지드, 하지만 막심 고리키를 문병하기 위해 갔다가 소련을 보고 크게 실망한 후 이를 ‘소련 방문기’로 엮어 낸다. 좌파 지식인들이 그의 ‘변절’을 비난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자 그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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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