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사과
자코메티라면 인물이나 대상을 가늘고 길게 표현한 조각가라고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나 역시 그랬고 특히 문장 쓰기에 관해서는 그의 조각같이 불필요한 수식이나 군더더기 없이 쓰고 싶어 했다. 작고한 소설가 한 분이 언젠가 사석에서 소설에서의 문장은 목수가 나무를 매만지듯 그렇게 대패처럼 다듬어 써야 하는 거라고 조언해주었을 때 나는 자동적으로 자코메티의 뼈대만 남긴 듯한 조각을 떠올렸다.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를 보러 요즘 머물고 있는 도시의 미술관에 갔다. 조각, 판화 등으로 나뉜 열여섯 개의 섹션 중 대표작인 ‘걷는 남자’를 볼 수 있는 공간에 관람객이 가장 많았다. 고뇌하는 듯 보이는, 작은 머리에 거대한 발을 가진 대형 청동 조각 앞에 서 있으려니 “현실의 인간상과 가장 가까운 것을 만들려고 한 결과 가늘고 긴 작품으로 제작되었다”라는 자코메티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내 마음을 뒤흔들어 버린 작품은 따로 있었다. 좋아하는 시 중에 이렇게 시작하는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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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