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접시
식품 매장만 둘러볼 요량으로 오랜만에 동네 백화점에 갔다. 중국식당에서 어머니 칠순잔치를 하고 이차 모임은 집에서 하기로 했으니 마른안주라도 준비해 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른 층은 가지 말아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주방용품을 파는 매장으로 올라가고 말았다. 체코에서 생산된 한 식기 브랜드에서 입점 기념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다양한 ‘양파꽃 패턴’의 코발트블루 접시들 앞에서 한참 서성거리다가 파스타나 볶음밥을 담기에 적당한 다목적용 접시 한 장을 사버렸다. 내일 손님들도 오니까라고 핑계를 대면서. 혹시 계몽사에서 출간된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을 기억하시는지. 그 50권 중 ‘일본 동화’ 편에 수록된 ‘되돌이 산’이라는 동화를 나는 자주 떠올리고는 한다. 어떤 가난한 마을에 손님을 맞거나 잔치 때 필요한 그릇이나 접시를 빌려주는 신비한 산이 있었다. 빌려 가면 반드시 그 산 입구에 그릇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 어느 날 욕심 많은 동네 사람이 아름다운 그릇을 돌려주지 않게 되면서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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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