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의 워치콘 X]김정은의 ‘테마파크 NK’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이틀 뒤인 15일, 아버지 생일(광명성절)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은 뭔가에 잔뜩 화가 나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표정이었다. 박수도 건성건성. 다른 사람이라면 총살감이겠지만 그는 ‘최고 존엄’ 아닌가. 김정은의 표정에선 당혹감도 느껴졌다. 아버지 생일상에 장남의 부고장을 올려놓은 셈인데, 아무리 패륜아라도 표정 관리는 해야 했을지 모른다. 한편으로 그 표정에서 일말의 불안감도 읽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스위스 보이’의 놀이동산 요즘 인기 있는 미드 중에 ‘웨스트월드’라는 SF 드라마가 있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한 미래, 하루 5만 달러면 19세기 서부 총잡이 시대를 재현한 테마파크에 갈 수 있다. 거기엔 사람과 똑같이 생기고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는 AI 주민들이 있다. 외부 손님은 그들을 상대로 마음껏 살인하고 학대하고 심지어 강간까지 한다. 노리갯감이 AI 로봇인 만큼 손님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김정은에게 북한은 이런 가상의 테마파크 같은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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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