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살다/온수진]햇빛을 독차지하는 마당의 가치

예전에 살던 집은 세 방향이 숲에 면한 서울 북악산 자락 부암동 숲속 빌라 3층이었다. 창엔 햇살이 가득하고 맞바람이 불어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집 주위에 자연이 가득했다. 2년 반 전 인왕산 자락 서촌 체부동의 작은 한옥으로 이사했다. 전체 면적은 전과 같은 80m²이지만 건평은 43m²이다. 60년 된 ‘ㄷ’자형 한옥을 욕실과 싱크대를 빼곤 전통방식으로 대수선했고, 혼수였던 침대와 장롱을 비롯해 많은 물건을 버렸다. 한옥에 산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한옥으로 이사하니 어때?”라고 꼭 묻는다. 걸어서 출퇴근하고, 주변에 좋은 술집이 많다고 농으로 답하지만 정색하고 다시 물으면 답은 보통 세 가지다. 우선 부암동 집이 주위에 자연이 가득했다면 한옥은 집 안에 자연이 가득하다. 집과 집 사이에 틈이 있고, 마당이 하늘로 뻥 뚫려 있으므로 바람과 햇살이 경계 없이 드나든다. 계절을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하루하루 일기를 체감한다. 문제는 바람과 햇살만 드나드는 것이 아니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