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의 독서일기]‘발끝 예술’의 수레바퀴
“친구, 아무튼 지치면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 테니까.” 운명적으로 신학자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한스를 위해 신학교 교장이 충고했던 이 부분을 반복해서 읽었다. 나에게 수레바퀴란 어떤 것일까.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예술가의 삶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헤르만 헤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자신의 삶을 재구성한 ‘수레바퀴 아래서’는 20대 후반에 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자서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신학교에서 7개월 만에 뛰쳐나와 변변치 못한 삶을 이어가던 헤세는 주인공 하일너와 한스에 자신을 투영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슈바벤 지역 북서쪽의 낡고 아담한 수도원. 차석으로 입학한 한스는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신학교에 적응해갔지만 같은 방을 쓰던 힌딩거의 죽음을 비롯해 가장 친했던 하일너와의 감정싸움과 그의 퇴학 처분은 한스가 이고 가던 수레바퀴에 무게를 더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러시아에 처음 도착했던 날,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