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의 한국 블로그]호기심으로 가득했던 2003년 가을
계속 그렇게 더울 것 같더니, 이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것 같다. 한국에 처음 온 그때도 가을이었다.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설렘과 함께 약간의 불안함이 깃든 표정도 감출 수 없던 때였다. 혹시 길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된 남편이 챙겨준 휴대전화와 비상금, 집 주소가 한글과 영어로 쓰인 메모를 들고 내가 사는 동네 탐험을 시작했다. 처음 며칠 동안 아침이면 운동화를 신고 집 옆의 도로를 따라 한 방향으로 두 시간, 돌아오는 데 두 시간, 그 다음 날은 다른 방향으로 걸어보고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가면서 동네를 익혀갔다. 첫째 날, 혹시나 시장이나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상가라도 볼까 싶었는데 한 시간 두 시간을 걸어 봐도 트럭들이 다니는 황무지 같은 풍경만 연속된다. 실망감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과 함께 외출할 때는 예쁜 간판들로 치장된 건물이 많이 보이던데, 잘못된 방향이었나 보다. 발에 물집은 생겼지만 그러고도 며칠 동안 도보여행은 계속 됐다. 한국에 와서 처음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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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