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칼럼]불꽃놀이 할 때는 벚꽃을 보지 않는다
참으로 극적이다. 호기롭게 부패척결을 선언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공수(攻守)가 완전히 뒤바뀐 것은 희극적이고, 집권 3년 차에 신발 끈을 조여 매다 발목지뢰를 밟아 걷기도 힘들게 된 것은 비극적이다. 이완구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패척결을 선언한 직후 ‘부패척결 선언, 찬밥 데워 먹는 느낌’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부패척결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고 수사 시기와 대상, 방법을 우려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부패척결에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수사에 딴지를 걸지 말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면서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성완종 회장의 자살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찬밥 데워 허겁지겁 먹다 급체에 걸린 모양새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의외로 빠른 결정이다. 그 배경에는 파장이 너무 크고 오래갈 것 같다는 판단,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 검찰의 위신 회복 의지 등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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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