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산문집으로 부활하다
소설가 김영하는 2008년 5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나를 작가로 만든 것들’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날 그는 소설을 쓰는 이유를 청중들에게 들려줬다. 그는 어릴 적 비무장지대의 전방 부대 관사에서 육군 중령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았다. 그곳은 벌건 대낮에 북한군이 군사분계선까지 내려와 원시부족처럼 남성성을 과시하며 돼지 멱을 따고 밤이면 노루가 지뢰를 밟고 폭사하는 소리가 불꽃놀이용 화약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하루는 아버지 동료인 육군 중령 하나가 지프차 운전병만 데리고 월북했다. 남은 가족에겐 비극이었다. 얼마 뒤 중령의 아내가 미쳤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는 자신과 또래인 중령의 아들에게 닥칠 운명을 걱정했다. “거기에는 분명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행위는 이해할 수 없었고 존재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해괴한 일들, 원시적이거나 혹은 반대로 아주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간들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물음표 속에 갇혀버립니다. 어쩌면 그 물음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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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