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판 하나하나, 치즈와 패티 차곡차곡 “잘 쌓았다”
서울 홍대 주변은 시간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 공간이다. 3개월 만에 후루룩 올렸다 와르르 무너진 와우아파트의 잔상이 45년을 건너뛰어 문득문득 재생된다. ‘홍대 앞에 가자’는 말뜻의 기억은 화자(話者) 연령에 따라 어지럽게 갈라진다.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잔다리는 그 파랑(波浪) 끝없는 거리 가장자리에서 한 뼘쯤 물러난 구석에 숨어 있다. 10년 전 지어진 사무실건물 지하 2개 층이 전시공간이다. 식당과 주점 밀물이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 건물 발치 골목 초입에 멈췄다. 행인들과의 어깨싸움을 피해 들어선 골목 공기가 10여 년 전을 닮았다. 귀를 잡아 찢던 호객 스피커 음악도 어째선지 들리지 않는다. 16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임선이 작가는 ‘걸어가는 도시-흔들리는 풍경’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감상적인 제목과 달리 작품은 극단적으로 노동집약적이다. 사진만 들여다봐서는 재료를 짐작하기 어렵다. 구름에 둘러싸인 외국 어느 높은 설산의 모형이겠거니 했건만 웬걸. 이게 서울 남산이란다. 남산 상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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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