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전문기자의 음식강산]낙지는 힘이 세다
빈 뜰. 빈 텃밭, 빈 둥지, 빈집, 빈 동구, 빈 마을, 빈 숲, 빈 강, 빈 하늘, 그리고 빈손…. 싸락눈이라도 오시려는가. 싸그락! 싸그락! 뒤란 대숲에서 어머니의 새벽 ‘쌀 이는 소리’가 들린다. 빈 들에 선다. 가진 것 모두 내줘 허허로운 벌판. 벌써 12월 문턱이다. 무소유의 달. 침묵과 묵상의 달. 가곡 ‘고향의 노래’가 가슴을 친다.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보라♬ 고향집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해거름, 먹자골목은 ‘미생(未生)들의 천국’이다. 스치기만 해도 정답고 선한 ‘우멍눈’들. 어찔어찔 부니는 주점의 꽃등불들. 그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탕! 탕! 귓전을 때리는 나무도마 칼질 소리. 그렇다. ‘탕탕이’다. 탕탕이는 산낙지를 탕! 탕! 탕! 칼로 다진 요리다. 메인요리에 앞서 배 속이 굴풋할 때 먹으면 그만이다. 참기름 몇 방울 쳐서 찹쌀인절미처럼 올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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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