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8>CITY100 다이어리
CITY100 다이어리 ―서효인(1981∼) 등에 뜨거운 바람이 분다 번지가 여러 개인 골목이 길게 숨어서 휘파람을 분다 대실된 모텔에서처럼 길고 순한 알몸들이 끈끈하게 들러붙기 전에, 가야 한다 과속 방지 산맥을 넘고 넘어 달리는 오토바이의 다리는 볶은 양파의 깔깔한 교태에 있는 힘껏 취한다 한 때는 짬뽕을 시키는 궁상들의 허기를 달래 주는 단무지 색 머리칼의 혁명가가 되려 하였다 신장개업 취화루 놈과 눈을 흘기게 되면서 등에서 부는 뜨거운 바람이 게릴라의 노래가 아니요, 궁상들의 독촉 소리라는 걸 알았다 번지와 번지 사이 너른 허기의 끈을 당기며 녀석의 얄궂은 미소를 떠올린다 휘파람 소리 힘껏 뜨겁다 동네의 곳곳을 달리며 대륙의 식사를 반도(半島)식으로 들이미는 그간의 투쟁을 상기하며 모든 혁명은 허기로부터 시작된다는 회심의 정의를 깨닫는다 철가방 속 모든 정의가 지켜지도록 속도를 더할 때, 피자 배달 공수부대의 습격을 받고 넘어졌다 최후를 함께한 짬뽕 동지의 삐져나온 국물 속 남지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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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