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전문기자의 음식강산]조계산 보리밥집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고슬고슬하다. 선득선득 살갗이 싱그럽다. 찌르르! 찌르∼ 여치가 길섶에서 가늘게 운다. 귀뚤! 귀뚜르르∼ 수컷 귀뚜라미가 애절하게 암컷을 부른다. 푸른 달빛싸라기가 강변 코스모스 꽃길에 그릇을 부시듯 와랑와랑 쏟아진다. 아, 가을인가. 앞산 너머 지리산가리산 애처롭게 울던 목쉰 뻐꾸기도 잠잠해졌다. 그 수컷 뻐꾹새는 제짝을 찾았을까. 치이∼치글치글∼ 마당가 무쇠솥 보리밥 익는 소리가 요란하다. 큼큼! 솥뚜껑이 들썩들썩 콧방귀를 뀔 때마다, 구수한 보리밥 냄새가 들크무레하다. 마루 밑에서 졸고 있던 누렁이가 코를 벌름벌름 슬슬 맴돌기 시작한다. 장독대 꽃밭엔 붓꽃 과꽃 채송화 봉숭아 백일홍 등 앉은뱅이꽃들이 배시시 웃고 있다. 닭벼슬 맨드라미꽃이 유난히 붉다. 꼬끼오! 수탉이 우렁차게 한낮 트럼펫을 불어제친다. 그렇다. 팔월의 보리밥이다. 보리는 생명의 기운이 철철 넘친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지만, 보리는 노릇노릇 익어도 기세가 등등하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다. 대구토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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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