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세의 감성 vs 근대의 감성 vs 현대의 감성
감성(感性)이라…. 참 흔히 쓰는 말인데, 막상 정의를 내리자니 멈칫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혹은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 외부 대상을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이란다. 다행히 이 책도 학술서나 철학책이 으레 벌이는 ‘개념 정의’에 진을 빼진 않겠단다. 고맙다! 호기롭게 펼쳤다가도 공자 왈 맹자 왈 수십 쪽 넘게 나와 조용히 덮은 적 많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인문한국)사업단 소속 학자들이 3년 동안 함께 연구해 한 꼭지씩 논문을 맡은 이 책은 ‘비문자 언어’인 감성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존재해왔고 경험됐는지 그 실체 추적에 초점을 맞췄다. 게재된 논문 10개는 순서도 상관없고 선택도 마음대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감성에 관심이 많다면 3장 ‘법과 감정은 어떻게 동거해왔나’와 4장 ‘살인사건을 둘러싼 조선의 감성 정치’를 읽어보면 좋다. 특히 3장은 15세기 장모인 정씨 부인과 사위 강순덕 사이에 벌어진 재산 분쟁을 통해 당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