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사의 영장이 국민 위협”…민주당 6년만의 장외투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5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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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4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4 뉴스1
“군인의 총칼 대신 검사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남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당의 ‘윤석열 정권 민생 파탄·검찰 독재 규탄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검찰로부터 3차 출석 요구를 받은 상태인 이 대표는 “유신독재 정권이 몰락한 자리에 검사독재 정권이 다시 똬리를 틀고 있다”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대규모 장외투쟁 현장에서 지지층을 등에 업고 검찰을 향한 압박에 나선 것. 5일 민주당 지도부에선 “지지층의 열망에 부응할 때”라며 지속적인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대표 한 사람으로 인해 치러야 할 국가적·사회적 혼란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 李 “나를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진 말라”


민주당은 전날 4일 2017년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촉구 운동’ 이후 6년 만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장외투쟁을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의원 167명 중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이원욱 윤영찬 등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도 참여했다. 당이 전국 지역위원회에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당원과 지지자 2만 명(경찰 추산·민주당 추산 30만 명)도 ‘이재명과 나는 동지다’, ‘검건희(검찰+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20분간 연설에서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 말라”며 “몰락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갔던 길을 선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대표는 “(대선) 패장인데 삼족을 멸하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위로로 삼겠다”며 “국민의 피눈물,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는 어려움이 무슨 대수겠느냐”고 결백과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민생, 난방비 폭등 문제보다 검사 독재 문제를 더 많이 언급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놨다. 박 원내대표는 규탄대회 단상에 올라 “2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이 반대하더라도 반드시 김건희 특검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김건희를 구속하라”고 3번 외치면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지키고 윤 대통령을 확실하게 제압하자”고 외쳤다.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강민정 김용민 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은 당 규탄대회가 끝난 뒤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에도 참석했다.
● 민주당 내 “듣고 싶은 민심만 증폭” 역풍 우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추가 출석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향후 장외투쟁 방식을 고심 중이다. 목표치인 ‘최소 1만 명’보다 많은 숫자가 모이자 지도부 내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싸워야 한다는 지지자의 열망이 너무 강한 상황이라 이를 무시하면 오히려 당의 코어(핵심 지지층)가 무너진다”며 “주중엔 국회서 일하고 주말엔 장외에서 싸우는 방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장외투쟁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경찰 추산 2만 명과 당 추산 30만 명 차이 만큼 당이 듣고 싶은 민심만 증폭시켜 듣는 것”이라며 “지지층 목소리만 듣고 대응 방식을 결정하는 일은 아전인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진실은 장외투쟁의 방탄으로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개인 비리에 가당찮게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고, 검찰의 영장에 대해서는 국민의 위협이라 주장하는 이 대표의 변함 없는 인식에 실소를 넘어 분노가 치민다”며 “총동원령으로 집결한 힘을 과시해 여론에 기대어 조금이라도 더 방탄막을 두껍게 둘러보려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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