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CCTV 500m당 1대…의대생 사망뒤 불안 확산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5월 3일 2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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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 찾는 데 쓸 수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은 공원 입구에 설치된 거 한 곳밖에 없었어요.”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 씨(22)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3일 오전 동아일보와 만나 안타까움을 곱씹었다. 실종 당일부터 아버지는 아들의 행방을 찾으려 필사적으로 CCTV를 찾아다녔다. 너무 거리가 멀어 사람이 개미만한 크기로 찍힌 잠수교 CCTV까지 들여다봤다.

하지만 결국 손정민 씨가 잡힌 영상은 24일 오후 11시경 친구 A 씨와 함께 공원 나들목(출입구)을 지나가는 모습과 한 편의점 내부에서 찍힌 게 다였다. 손현 씨는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은 하나도 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현재 손정민 씨가 숨진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원에서 실종 추정 지점을 촬영하는 CCTV가 없어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로 3일 오후 반포한강공원을 찾았더니 평일에도 수백 명이 여러 곳에 흩어져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나들목에 설치된 것 외에는 CCTV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원에서 만난 박모 씨(24)도 “늦은 밤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CCTV가 없으니 불안할 때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은 서울시 면적의 15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로 총 길이는 약 85km다. 본부가 관리하는 CCTV는 현재 462개로 대부분 나들목이나 승강기 주변에 설치돼있다. 공원 내부를 찍는 CCTV는 163개로, 평균 약 500m당 1개 꼴이다. 총 면적 56만3015㎡(길이 7.2km)의 반포한강공원은 내부에 설치된 CCTV가 22개뿐이다. 산책로 등 공원 안쪽을 촬영하는 CCTV는 1개뿐이라고 한다.

이러다보니 공원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16년 한 20대 여성이 실종 8일 만에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경찰은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이 없어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한강사업본부도 CCTV가 부족하단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본부의 ‘2020년 세입․세출 예산안 검토보고서’에는 “기존 CCTV가 428대(2019년 기준)임을 고려할 때 500대 추가 설치가 필요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후 증설된 CCTV는 34개에 그쳤다.

한강사업본부 측은 “공원에 입점한 편의점과 카페 등 민간시설에서 직접 관리하는 CCTV도 700개가량 설치돼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본부에서 관리하는 CCTV가 부족하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점차 확충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민간 CCTV는 대부분 시설 내부를 촬영하는데다 성능 보장이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강공원에 인적이 드물어지는 심야에 ‘감시 공백’이 발생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셉테드(범죄예방설계)학회 회장을 지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강둔치는 기본적으로 실족 위험이 높을 뿐더러 야밤에 방문객이 줄면 자연감시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CCTV마저 없다면 예방적 차원에서도 사후 수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오승준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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