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회적 거리 두기’ 효과 반감 우려
정부는 전국 학교의 개학을 연기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파를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등 자발적 격리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많다. 하지만 곳곳에 ‘방역 사각지대’가 있다. 학원이나 노래방, PC방 등과 같이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개학이 미뤄진 기간에 정부뿐 아니라 시민들도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설 업주는 물론 이용자가 각별히 주의해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효과를 낼 수 있고, 추후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키보드, 마우스도 바이러스 노출
개학이 더 미뤄지면서 PC방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 A 군(16)은 지난달 23일 확진 판정을 받은 온천교회 교인 B 군(19)과 부산 동래구 PC방에서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머물렀다. A 군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PC방은 밀폐된 공간인 데다 여러 사람이 손을 댄 마우스와 컴퓨터 자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 게임 도중 무심결에 오염된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될 수 있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PC방을 방문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안내하고 사업자 준수사항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PC방에서는 이용객 18명 중 마스크 없이 게임을 하는 손님이 절반을 넘었다. 이 PC방 업주는 “하루에 한 번 정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알코올로 닦는다. 불안하면 물티슈를 준다”고 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게임 전후에 손 소독제를 철저히 사용하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학원 1곳에서 집단 감염도
부산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명 발생한 학원에서 수강생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C 군(17)은 학원장인 54번 환자(27)로부터 일대일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달 29일 확진된 D 양(18)도 이 원장에게 일대일 강의를 들었다. 고교 2학년생인 D 양은 지난달 17, 22일 이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원장은 확진 판정을 받은 온천교회 신도의 접촉자다.
휴원하면 당장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 중소 학원들은 교육당국의 권고에도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남구 봉선동에는 지역 학원 10%가 밀집돼 있다. 이 지역 학원 관계자는 “지난달 말 상당수 학원이 휴업했지만 신학기가 시작되는 2일부터 대부분 다시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90% 정도가 수업을 받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코로나19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휴원하지 않은 학원과 교습소의 방역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일부 학원은 사설 방역업체에 내부 소독을 맡기고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 정확한 방역지침 안내가 중요
이날 본보가 확인한 서울의 PC방과 당구장, 노래방 등 상당수는 보건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당구장 직원은 “시청이나 구청에서 안내를 받거나 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PC방 사장은 “구청에서 직원이 나와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주의사항이 적힌 유인물과 손 소독제를 주고 갔다. 따로 구체적인 방역과 소독에 관한 지침은 없었다”고 전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광주시학원연합회와 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 인근 학원을 돌며 휴업을 권유하는 정도”라고 했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노래방이나 식당 등은 가뜩이나 장사가 되지 않아 죽을 맛이라는 아우성이 많다. 법을 엄격히 적용하기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강동웅·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