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마스크 하루치뿐”… 일부병원 “알코올로 닦아 재사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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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최전선 의료진까지 어려움 호소
‘N95’ 못구해 치과용 쓰는 곳도
고령자 등 취약층 감염위험 노출… 전문가 “고위험군에 먼저 제공을”


“의료진용(N95) 마스크는 하나도 없어요. 아예 구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중소병원 원장인 A 씨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외래진료 때는 N95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덴털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덴털 마스크는 치과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얇은 일회용 마스크다. A 씨의 병원에서는 의료진과 직원, 입원 환자에게 하루 약 150개의 마스크를 제공한다. 이날 현재 남아있는 마스크는 약 1000장. A 씨는 “덴털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100% 막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마저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며 “기존 거래 업체에서 자꾸 공급량을 줄여 앞으로 더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초래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조차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도 “의료기관에 마스크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가 부족해 힘들다”란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대구 경북대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23명이 입원하고 있다. 중환자만 18명이다. 환자들의 상태가 위중한 만큼 마스크 착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4일 오전 현재 이 병원에 남은 마스크는 외과용, 보건용 마스크를 통틀어 1만여 장이 전부다. 직원만 수천 명인 경북대병원에서 1인당 1장만 써도 하루면 동날 수밖에 없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마스크를 지급하고, 기부도 많다고 하던데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내일모레부터 썼던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달서구 계명대동산병원도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긴급 수급을 통해 마스크 8만 장을 마련했지만 병원 직원과 환자들이 일주일 정도 사용할 분량에 불과하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하루에 한 장만 지급하는 등 긴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0곳의 중소병원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1일 ‘KF94 보건용 마스크 공동구매’ 신청을 받았다. 하루 만에 전체 회원의 절반에 달하는 150곳이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일단 공동구매를 신청한 병원들은 대부분 당장 쓸 마스크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경기 지역 B병원은 직원용과 환자용을 합쳐 하루에 1000장의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물량이 부족해 일회용 마스크를 3, 4일씩 쓰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궁여지책으로 마스크에 알코올을 뿌려서 닦거나 마스크 안에 거즈를 대는 식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자들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당뇨를 앓고 있는 이덕환 씨(57)는 전날 동네 우체국에서 3시간 동안 줄을 서 마스크를 5장 구입했다. 이 씨는 “많은 사람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증 환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사려면 판매처에서 줄을 서야 한다”며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우선순위를 정해 마스크를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먼저 마스크를 제공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이미지·강동웅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마스크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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