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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퇴근길 월드]상대국 ‘아킬레스건’ 공격하는 美中 무역전쟁

입력 2018-04-04 18:24업데이트 2018-04-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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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25년간 중국의 재건을 도왔다. 하지만 (이제는) 무역적자에 대해 상당한 조치를 해야만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40년간 미중 경제협력의 상생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다.”(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이 1979년 수교 39년 만에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며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중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산업을,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농산물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미국의 보복 관세가 실제 부과되기까지 남은 약 60일간의 시간이 미중 무역전쟁 해결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조준

트럼프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1300개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엔 중국이 2025년까지 세계 3위 안에 들겠다고 선언한 반도체 통신장비 배터리 등 ‘중국 제조(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의 10대 전략 산업이 골고루 포함됐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품목 선정과 관련해 “‘중국제조2025’ 정책의 수혜를 본 품목과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원칙에 따라 선정했다”고 블룸버그뉴스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3750억 달러(약 397조 원)에 이르는 대중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이 합작투자 형식으로 외국계 기업에 첨단기술 이전을 강요하거나 미국 기업 인수,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기술을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사 브로드컴의 미국 정보기술(IT) 회사 퀄컴 인수를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 먹거리까지 중국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탈취를 막는 국제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 중, 트럼프의 ‘아픈 손가락’ 농산물 보복

중국은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잡아채야 한다”며 미국의 자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은 최악의 시가전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는 동시에 자국 법에 따라 동일한 규모와 강도의 무역보복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억제하고 첨단기술 발전에 타격을 주려는 ‘일석이조’를 노린 행위”라며 “미국의 약점을 노려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미국산 농산물과 미국산 자동차, 항공기가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보복관세에 맞서 2일 미국산 수입품 128개에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주의 돼지고기, 워싱턴 주의 사과, 캘리포니아 주의 와인과 견과, 위스컨신 주의 인삼 등을 골고루 넣어 보복 시위를 벌였다.

● ‘60일간 샅바싸움’ 남아

USTR은 5월 공청회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약 60일 뒤 보복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협상을 위해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미국이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3~0.4%포인트 감소한다. 중국도 득이 될 게 없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최근 “무역전쟁에 승자가 없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월가의 불안감과 제조업계, 농민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매일 쓰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공정하고 공평한 무역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미중 양국의 샅바싸움이 길어지는 경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협상 기간에 무고한 산업계의 제3자와 미국인 소비자, 미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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