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금의환향…“많은 사람을 보니 제가 큰일하고 온 것 같네요”

김재형기자 입력 2018-01-28 19:43수정 2018-01-2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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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국내에 ‘테니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현(58위·한국체대)선수가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수많은 카메라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자 입국장은 대낮처럼 환해졌다. 검은 모자에 검은 재킷을 입은 정현은 조금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내 특유의 평온한 표정을 되찾았다. 1시간 전부터 정현의 등장을 기다리던 300여 명에 가까운 인파는 “정현 파이팅” 등을 외치며 그를 반겼다.

사상 첫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의 역사 쓴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이 28일 금의환향했다. 이날 오후 7시경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정현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준 것을 보니 제가 큰일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라며 웃었다. 그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호주오픈 4강 진출 소감을 전했다.

발바닥 부상의 여파가 가시질 않았는지 입국장에서 정현은 다리를 약간 절뚝였다. 정현은 26일 열린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세계 2위)와의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발바닥에 난 물집이 악화돼 기권했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국내에 '테니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현(58위·한국체대)선수가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현은 “발에 통증이 있어 다음주부터 병원에 다니면서 몸 상태를 확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보라는 질문에 “(노바크) 조코비치를 꺾고 한국 선수 최초로 8강에 진출했던 순간”이라고 말한 뒤 “그 외에도 페더러와의 4강전도 그렇고, 모든 순간을 잊지 못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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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를 통해 정현은 ‘유망주’ 타이틀을 벗고 세계 테니스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우뚝 섰다. 지난해 1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22세 톱랭커 출전)’우승 직후 “올 시즌 (제 활약에 대해) 80점을 주고 싶다. 내년 시즌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른다면 100점 활약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정현이다. 그는 이번 대회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세계 14위) 등 톱랭커를 잡아내며 그 말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정현은 “이런 좋은 결과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을 최대한 앞당기고 싶다”며 “아직도 시상대에 서고 싶은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자신했다.

국내에 불기 시작한 테니스 열풍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정현은 “이번을 계기로 테니스가 국내에 인기 종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일 화제였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에 관해서는 “최근 인스타그램 10만 명 돌파가 목표라고 썼던 것은 국민에게 재밌는 멘트를 남겨 즐거움을 주라는 의미에서 쓴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정현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하듯 이날 공항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환영객이 몰려들었다. 정현이 온다는 소식에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정현이 나타나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귀환을 반겼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국내에 '테니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현(58위·한국체대)선수가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들의 질문을 마치고 어린 팬들에게 선물을 받으며 하이파이브 해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인파 속에서 까치발을 한 채 정현의 입국 모습을 지켜보던 직장인 최모 씨(여·36)는 “출장으로 중국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정현이 온다는 소식에 이곳에 서서 기다렸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분이 아닌가. 제2의 박세리, 박찬호가 돼 계속 희망을 전해줄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현의 모교 수원 삼일공고에서도 11명의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이 입국장을 찾아 축하를 보냈다. 정현의 사진과 함께 ‘테니스의 왕자’라고 적힌 피켓을 든 학교 관계자 허덕구 씨(58)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복식)을 땄던 때의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해놓을 정도로 팬이다”며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당당하고 재치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정현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정현은 귀국에 앞서 네빌 고드윈 코치(43·남아공)와 정식 계약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정현과는 이달 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ASB클래식부터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ATP 코치들의 투표를 통해 ‘2017 ATP 올해의 코치’로 선정됐던 그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차세대 유망주 정현과 일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해나갈 것이지만 지금까지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을 떠나기 전 정현은 “병원에서 몸 상태를 확인한 뒤 2월 초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ATP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행보를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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