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베트남축구 신화 쓴 박항서 감독 “일반비행기 타고 왔는데, 갈 땐 전세기로…”

이진구 기자 입력 2018-01-28 14:43수정 2018-01-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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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동아일보 DB
베트남에서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하게 해주는 사실 겸 유머가 하나 있다. 베트남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 진출시킨 박항서 국가대표팀 감독(59)을 한국 언론이 ‘베트남의 히딩크’라고 비유한데 대한 베트남 축구팬들의 반박이다.

‘히딩크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영웅 박항서 감독님을 함부로 비교하지마라!’

하지만 정작 박 감독은 자신이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베트남이 AFC 주최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이 이번이 처음. 지난해 10월 부임한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쉽게도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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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가 걸렸는데 잘 들리나요? 목소리가 안 나와요.(인터뷰는 28일 오전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으로 진행됐다.) 119분은 잘 싸웠는데 마지막 1분 동안 체력이 떨어져서…, 많이 아쉽지요. 그래도 저희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했죠.”(이날 결승전에서 베트남은 승부차기 돌입 직전인 연장후반 14분에 결승골을 내줘 1대 2로 분패했다.)

―베트남은 축구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선수들이 어떤 장점이 있던가요.

“아이들이 아주 성실해요. 민첩하고 빠르고, 또 지구력이 뛰어난 점은 장점이죠. 아무래도 한국 선수들과 비교하게 되는데… 체격이 작다는 게 단점이죠. 하지만 체격이 작은 것이지 체력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아예 식단을 바꿨죠.”

―식단을 바꿨다고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스테미너와 피지컬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생각보다는 좋았지만, 한국 선수들과 굳이 비교하자면 조금 부족하다고는 느꼈지요. 무엇보다 후반 70분 이후 버티려면 영양이 중요해요. 그래서 피지컬 코치에게 한 달 치 식단을 짜라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늘 먹는 쌀국수에 튀긴 돼지고기만 먹는 거죠. 그래서 에피타이저로 연어 샐러드도 제공하고, 스테이크는 물론 외식도 자주했습니다.”

―식사와 관련해 요청하신 것이 또 있습니까.

“처음에는 적어도 4성급 호텔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면서 지냈으면 했습니다. 외국 전지훈련도 가고요. 그런데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아무래도 예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요청한 것 전부는 안 되더라도 식사만큼은 호텔 급으로 해달라고 베트남 축구협회에 요청했습니다. 외식도 원할 때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요. 다행히 축구협회에서 받아줬지요.”

―식습관은 문화인데 반발은 없었나요?

“합숙을 하면서 식단을 공개했습니다. 이 음식에는 무슨 영양소가 있고, 왜 이것을 먹어야하는지 선수들에게 설명을 했죠. 반발은 없었고…, 스테이크 이런 거랑, 못 먹어봤던 것도 먹고 그러니까 좋아서 환장하죠. 대표팀 왔더니 밥 잘 먹는구나하고…. 하하하. 후원사 중에 우유회사가 있는데 영양에 필요한 요소들을 매번 점검해주고 우유도 제공해줬죠.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휴대폰 금지령을 내렸다던데….

“식사할 때 식당에 휴대폰 갖고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와서 보니 팀원들간의 일체화가 좀 부족해보였어요. 우리 같으면 훈련이 끝나면 필드도 정리하고, 주장이 나와서 ‘잘해보자’ 이러면서 함께 자성의 시간도 갖고 그러는데 여기는 그런 점이 좀 부족하더라고요. 훈련 끝나면 알아서 ‘바이 바이’하고 돌아가고…. 선수들에게 ‘우리는 축구뿐만 아니라 삶도 공유해야해. 그래야 서로 친구가 되고, 동지애가 생겨서 경기에서 에너지가 발휘 된다’고 말해줬죠. 그러려면 식사할 때 서로 대화를 해야지 전화기만 보고 있으면 되겠느냐고요. 이런 걸 적은 종이를 나눠줬죠. 어기면 벌금도 내게 하고….”

(베트남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있을 경우 경기도 잘 안보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쉽게 말해 한 팀이라는 소속감이 약했던 것. 박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벤치에 앉아있어도 경기에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변화시켰고, 지금은 벤치 선수들도 감독처럼 한 몸이 돼 응원을 한다고 한다.)

―잘 지켜지던가요.

“생각보다 흔쾌히 따라 주더라고요. 애들이 참 착해요. 정작 제가 깜빡 잊고 식당에 휴대폰을 갖고 갔다가 벌금을 냈죠. 하하하. 그리고 버스로 이동 중에는 전화기는 갖고 있을 수 있지만 통화는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경기나 훈련을 앞두고는 집중을 해야 하는데 통화를 하다보면 집중력이 틀어질 수 있으니까요.”

독자 제공
―베트남에서도 인기가 폭발인데, 결승전이 끝난 뒤 특별한 행사는 없었습니까?


“선수들과 숙소인 호텔에서 맥주를 곁들여 간단히 식사를 했습니다. 주중 베트남 대사와 베트남 교민들이 인사를 오셨고요. 선수들에게는 아직 어리니까 몇 가지 당부를 했죠. (어떤 당부를?) 오늘까지는 준우승에 도취돼서 기분이 좋을 수 있다. 또 이제 앞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등 운동 외적인 변화가 많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은 금방 지나가는 일이고 잘 관리하지 못하면 더 큰 영광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라 아직 어릴 텐데 이해하던가요?

“저도 2002년 한일월드컵 때 4강까지 갔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1년이 지나니 금방 사라지더군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죠. 그런 경험을 내가 해봤으니까…. 그래서 선수들에게 겸손하자, 초심을 잃지 말자고 했습니다.”(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다.)

―인기를 실감하시는지요.

“하하하. 잘 모르겠습니다. 뭐, 중국 올 때는 일반 비행기를 탔는데 돌아갈 때는 전세기로 바뀌었네요. 하노이 도착하면 수상과 티타임이 있고, 훈장도 준다고 하더군요.”(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박 감독에게 3급 노동훈장을, 대표팀 전체에는 1급 노동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워낙 성과가 좋아 부담도 클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서 축구는 국민의 90%가 사랑하는 스포츠고, 또 유일한 프로 종목입니다. 가끔은 종교 같다고도 하지요. 이번에 잘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베트남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부분도 고민이지요. 어찌 보면 그런 부담감을 갖는 것도 감독의 숙명이겠지요….”

―국내에서는 ‘베트남의 히딩크’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비교 대상이 아닌데…. 그분의 능력·경력과 비교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일부에서는 박 감독을 히딩크 감독과 비교해 ‘쌀딩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베트남의 주음식이 쌀국수라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박 감독 주변에 따르면 그는 이마저도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는 것처럼 보여 매우 부담스러워한다고 한다.)

동아일보 DB
―같은 외국인 감독이라는 점에서 히딩크 감독 밑에서 코치를 한 것은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100% 맞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우리에게 외국인이듯이 저도 베트남 선수들에게는 외국인이니까요. 베트남과는 다른 생각과 문화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박 감독은 매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의미 있는 의식을 한다고 한다. 한 명 한 명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야, 넌 잘할 수 있어’라고 속삭여주는 것이다. 선수는 물론 스텝까지 모두에게 말이다.)

―베트남에서 어떻게 국가대표 감독직을 제안했는지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등을 준비하는 베트남이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경험이 많고 성적이 좋은 사람을 찾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아무래도 문화적인 부분이 있으니 아시아권,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 출신 감독을 선호했던 것 같고요. 아무래도 감독이 갑자기 바뀌어서 동양인 정서를 이해하는 사람이 더 낫겠다고 본 것이겠죠. 평소 베트남이나 태국의 축구 소식에 관심이 있었고 그곳에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에이전트를 통해 제안이 들어온 게 인연이 된 것이죠.”(박 감독의 계약기간은 일단 2020년 초까지. 에이전트에 따르면 올해, 내년 성과가 좋을 경우 계약 기간을 연장해 도쿄 올림픽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한다.)

―평소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당부가 있는지요.

“국가대표팀에서 받은 훈련을 소속팀에 돌아서도 그대로 퍼트리라고 하죠. 여기 대표팀에서는 근육량, 심폐지구력, 근지구력 등 모든 것을 체크했습니다. 모든 것을 데이터화 한 것이죠. 전에는 이렇게까지 한 적이 없다고 해요. 당연히 그런 데이터도 없고…. 베트남 축구협회에서도 놀라더군요. 그렇게 한 감독이 없었다고요. 대표팀에서 체크한 수치가 다시 돌아왔을 때 떨어지면 앞으로 선발 명단에서 떨어트릴 수도 있다고 했죠.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대표팀 때처럼 한다면 자연스레 자기관리는 물론 베트남 축구 클럽들의 훈련 습관도 바꿀 수 있겠죠.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주길 바란 것이죠.”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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